"악!! 천하무적 한 니발 빨을까 해병님!!!"


칸나이 전투에서 카르타고 역사상 가장 영광된 승리를 거둠으로서, 자신이 알렉산더 대왕 이래 가장 위대한 장군임을 입증하고
로마가 173년 전 켈트족 대군세의 침공 이래 최악의 벼랑 끝으로 몰렸음을 온 이탈리아에 똑똑히 보여준 한니발은
마침내 남부 이탈리아에서 로마를 손절하고 카르타고코인으로 갈아타는 도시들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군수물자와 의용병을 그의 원정군에 수급해줄, 개전 이래 3년간 절실히 바래온 이탈리아 현지 동맹세력을 얻을 수 있었다.

한니발이 무엇보다 탐낸 도시는 비옥한 캄파니아 평원지대의 심장, 로마를 뒤잇는 이탈리아 제2의 대도시 카푸아였다.
원래 칸나이 대첩 이후 한니발의 첫 목표는, 바다를 통해 본국으로부터의 지원을 인수할 수 있게 해줄 항구도시 네아폴리스
- 오늘날의 나폴리였지만, 나폴리인들은 의외로 로마에 대한 충성심이 강하고 저항도 완강했다.
그렇지만 더 크고 부유하며 중요한 상업도시, 카푸아를 손에 넣는다면
한니발은 나폴리는 물론, 장차 언젠가는 로마 진군을 감행할 최고의 근거지를 얻게 될 것이었다.
남이탈리아의 로마 세력권 동맹 자치도시들이 흔히 그랬듯, 카푸아 정치판도
친로마 귀족 엘리트들과 로마에 불만이 쌓여가는 평민세력으로 심각하게 양분되어 있었다.
로마 역사가 리비우스는 전부 다 "번영하는 카푸아에서의 안락한 삶 속에, 방종한 자유를 누리다 타락한 평민들"의
기승전우민들탓으로 돌렸지만, 진짜 문제를 인식하지 못했거나 의도적으로 서술을 회피한 왜곡에 불과하다.
카푸아의 귀족 엘리트들은 로마와 맺은 밀접한 관계, 특히 로마 귀족들과의 혼인을 통한 인척관계 때문에라도
로마를 배신하고 한니발 편으로 갈아타는 것을 주저했지만, 상인들과 노동자들 다수는 로마에 반감을 가진 지 오래였다.
물론 로마는 카푸아에 나름대로 법적 보호를 제공하고 현지에서의 자치권도 허용했지만
카푸아인들에게 온전한 로마 시민권은 부여되지 않았기에, 카푸아인들은 로마 공직에 나설 수도, 공직자를 선출할 수도 없었고
시장에서도 로마 상인들에게 알음알음 밀리는 형편이었다.
카푸아의 많은 시민들이 더 이상 로마의 2등 시민으로 지내느니, 기회가 왔을 때 카르타고의 위대한 명장이 내미는 손을 잡고
독립된 국가로 다시금 일어서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품은 것도 그렇게까지 이상할 건 없는 일이었다.

그렇지만 역시, 로마를 바로 손절하기에는 카푸아로서도 상당히 망설여지는 일이었다.
당장 로마군에서도 많은 카푸아인들이 동맹군으로서 복무하고 있는 판이었다.
때문에 이들, 특히 카푸아의 귀족 자제들로 구성된 로마군 소속 동맹기병대 기사들의 부모친척들이 힘을 쓴 끝에
일단 카푸아 시 대표단을 로마 집정관에게 보내,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보고 뒷일을 결정하기로 합의가 되었다.
그런데 하필이면 그 대표단이 만나게 된 로마 집정관이란 인간이...
칸나이 대참패의 원흉인 "그 새끼", 다름아닌 테렌티우스 바로였다.
바로 이 개트롤새끼는 카푸아 대표단에게 로마가 위기에 처했으니 보병 3만과 기병 4천 - 사실상 온 도시 기둥뿌리를 뽑아서
지원해달라는 턱없는 요구를 하면서, 지 딴에는 카푸아인들에게 겁을 줘서 위기감을 불러일으킬 생각이었는지
무슨 원시로마해병문학도 아니고 이딴 개소리를 지껄였다.
"지금 우리들의 적은 카르타고인입니다.
그들은 야만스러운 군대를 이끌고 이 땅에 쳐들어왔지요.
이들은 심지어 (북)아프리카인들도 아닌 대양의 해협과 헤라클레스의 기둥(*지브롤터 해협)너머에서 온 자들로,
(한니발 원정군 주력, 바르카 가문 사병대에는 카르타고령 스페인 식민지 현지에서 모병한 원주민 병사들이 다수 있었음)
문명과 법률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는, 인간이라고 말할 수조차 없는 자들입니다.
이 짐승 같은 놈들은 선천적으로, 그리고 습관적으로 잔인하고 흉폭합니다.


그들의 지휘관(=한니발)은 더 짐승 같은 자입니다.
사람의 시체로 다리와 둑을 세우라고 하고, 부하들에게 사람고기를 먹으라고 가르칩니다.
사람고기로 그들의 배를 채우는 불경스러운 괴물들이 우리의 주인이 되고,
카르타고의 법률을 우리의 법으로 강요하고, 이탈리아가 누미디아인들과 리비아인들이 속주가 되는 걸 보고 싶으십니까?"
...바로를 만난 카푸아 사절단이 돌아와 보고한 직후, 카푸아 평민들은 물론
그때까지만 해도 아직 엄대엄이었던 원로원 의원 대다수조차도
당장 로마와 손절하는 것을 존나 심각하게 고려하기 시작했고,
며칠 후 다수결로 바로에게 보냈던 대표단을 한니발에게도 보내기로 결정되었다.

씨1발 당장 미붕이들이라도 무려 로마 "집정관" 이란 새끼가 저딴 해병문학을 현실에서 육성으로 지껄였다는 말을 듣는다면
집정관이 정신줄을 놓고 저런 헛소리를 할 정도라니 로마 완전히 끝났네 이거;;;란 생각이 절로 안 들고 배겼겠는가?

한니발은 뛸 듯이 기뻐하며, 카푸아 사절단이 요구하는 여러 가지 특권을 전부 후하게 제공하기로 합의했다.
카르타고는 카푸아인들에게 그 어떤 법적, 정치적 권한도 행사하지 않을 것이며
그 어떤 카푸아인들도 카르타고와 함께 싸우거나 도움을 제공하라고 강요받지 않을 것이니
카푸아는 카르타고의 속국 따위가 아닌, 대등한 동맹국가로서 로마에 맞선 투쟁을 함께한다는 것이었다.
이로서 한니발은 이탈리아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 전략적 상업적 중심지를 새 거점으로 얻어, 로마에 엄청난 충격을 주었다.
- 이종인 역 "리비우스 로마사" 제 3권,
필립 프리먼 저 "한니발 : 로마의 가장 위대한 적수"에서

"로마...기열!!! 바르바르 카카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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